처마 도리와 중도리 위에 서까래를 걸고 있다.

목수는 집 짓는 일에 들어가기 전에, 터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새로 지을 집의 방바닥 높이와 지붕 용마루 높이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가늠합니다.방에 앉아서 앞을 내다볼 때 안산이 어떤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고, 또 용마루 높이를 얼마로 해야 주변과 잘 어울릴지 궁리하는 것이지요.

집에 세워지는 터전 '기단'

집의 높이가 정해지면, 이제 건물을 실제 세우는 일이 기다립니다. 한옥은 기초를 만들고 땅을 평평하게 고른 다음, 건물이 자리잡을 기단을 땅보다 높게 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집 짓기 공사가 시작됩니다.

집이 세워지는 터전이 바로 기단이지요. 방과 마당 사이에 놓이는 기단은 집 안팎을 드나들 때 연결 공간이 됩니다. 그러면서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건물로 튀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지면의 습기로부터 건물을 보호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단은 건물이 안전하게 서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지붕과 어울려 한옥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게 하는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기단이 만들어지면, 지붕에서 도리ㆍ보를 거쳐 기둥으로 미치는 힘을 기단과 지반으로 전달하는 초석(주춧돌)을 그 위에 놓습니다. 초석 역시 기단ㆍ기둥ㆍ지붕 등과 같이 건물의 보임새와 분위기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초석(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고 있는 모습. 기둥은 보다 도리 등을 받치는 나무다.

이 초석 위에 벽체의 중심이 되는 기둥을 세웁니다. 기둥은 집의 내부 공간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뼈대이지요. 한옥의 기둥은 기둥 밑둥ㆍ기둥 몸ㆍ기둥머리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기둥 밑둥과 기둥머리를 같은 크기로 다듬어 세우면, 위는 굵어 보이고 가운데는 가늘어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불안정하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집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둥인데, 불안해 보이면 큰일이지요.

'흘림'으로 기둥을 안정적으로

이런 기둥의 착시를 교정하는 방법이 흘림입니다. 한옥의 기둥에는 흘림을 줍니다. 흘림이란 기둥머리를 밑둥보다 조금 가늘게 하는 일을 말합니다.

기둥의 크기나 모양은 창과 문, 벽체와 함께 건물의 겉모양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기둥은 건물의 얼굴과 같지요. 또 기둥은 나무가 자연 속에서 땅에 뿌리를 내려 살았던 세월만큼 건물을 지탱하며 집이 오래 서 있도록 하는 일을 맡습니다.

기둥을 세우고, 보를 기둥에 걸고, 도리를 보위에 가로질러 얹고, 서까래를 도리 위에 걸쳐 건물을 구성하는 뼈대와 지붕틀을 완성하고 나면, 기와를 이는 일이 남습니다.

지붕은 빗물이 건물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일사(태양으로부터 지구에 이른 방사 에너지)를 차단하여 일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게 합니다. 이와 함께, 한옥에서 지붕은 건물의 형상을 만들고 맵시를 느끼게 하는